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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터·보육원에 ‘경계성 인격장애’ 청소년이 늘고 있다…정신 건강 위험 노출된 ‘가정 밖 청소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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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용인시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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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을 표현한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정신건강을 표현한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최근에 경계성 인격장애 증상을 보이는 아이들이 정말 많아졌습니다. 이런 아이들이 쉼터에 오면 저희도 긴장도가 확 올라가요. 갑작스러운 액팅 아웃(행동화)을 보일 수도 있고요”

서울의 한 청소년 쉼터 관계자 A씨는 30일 최근 몇 년 사이 쉼터를 찾아오는 청소년들의 유형이 바뀌었다며 이렇게 얘기했다. 그는 “예전에는 폭력이 문제였다면 요즘은 정신 건강이 가장 문제”라고 했다. A씨가 일하는 쉼터는 청소년이 입소하면 심리검사를 가장 먼저 하고, 필요하면 의료기관에 연계해 치료를 받도록 한다. 그는 “쉼터는 의료인력이 상주한 공간이 아니지 않냐”며 “치료가 필요한 친구들과 아닌 친구들이 섞여 지내다 보니 시설 내에서 갈등 상황도 많이 빚어진다”고 했다.

A씨가 일하는 쉼터처럼, 가정 밖 청소년들이 머무는 쉼터 및 보육원 관계자들 사이에선 코로나 이후 ‘경계성 인격 장애’로 보이는 아동·청소년이 눈에 띄게 늘었다는 말이 나온다. 경계성 인격장애는 자아상·대인관계·정서가 불안정하고 충동적인 특징을 갖는 성격 장애다. 우울과 분노를 오가며 감정 기복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위치한 청소년 쉼터 내부 모습. 신림청소년쉼터 제공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위치한 청소년 쉼터 내부 모습. 신림청소년쉼터 제공 

4개월 전 서울의 한 청소년 쉼터를 찾은 최모씨(18) 역시 쉼터에 입소한 뒤 우울 및 경계성 지능장애 진단을 받았다. “부모님과 사이가 좋지 않았고, 학교에서 쉼터를 추천받았다”는 그는 이곳에서 정신적 질환으로 힘들어하는 친구들을 많이 본다고 했다. 최씨는 “다 착한 아이들이지만 예민해서 친구들이랑 싸우는 아이들도 종종 있고 우울감 있는 친구들도 많다”면서 “10명 중에 3~4명은 병원 치료를 받는 것 같다”고 했다.

2016년까지 15년 간 보육원에서 자란 신선씨(30)도 “요즘의 보육원은 제가 살 때와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고 했다. 그는 자립 후인 2017년부터 보육원 아동·청소년들의 멘토링을 하고 있다. 신씨는 자신이 아동일 때는 부모가 이혼을 하거나 부모가 없어서 보육원에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했다. 그는 “요즘은 아동 학대로 오는 친구들이 확 늘었다”며 “이런 친구들 중 경계성 인격 장애를 가진 친구들도 많아 보육원 선생님들이 자주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고 했다.

시설 관계자들은 코로나 시기의 고립이 아이들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한다. 서울 신림청소년 쉼터 박윤희 소장은 “가정에서 방치되면서 게임이나,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장기 노출된 아이들 중 생각이 극단화되거나 성격적으로 문제가 생긴 아이들이 꽤 보인다”며 “유독 코로나 이후 쉼터에서 단체 생활을 못 견디는 친구들이 늘었다. 사회성을 기를 시기를 놓친 친구들이 있지 않나”라고 했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위치한 청소년 쉼터 외부 모습. 출입문에 ‘청소년 보호시설로 외부인 출입을 금한다’는 안내문구가 쓰여 있다. 신림청소년쉼터 제공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위치한 청소년 쉼터 외부 모습. 출입문에 ‘청소년 보호시설로 외부인 출입을 금한다’는 안내문구가 쓰여 있다. 신림청소년쉼터 제공

 

실제로 신림청소년 쉼터에 입소한 아이들이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본 건수는 코로나19 거리 두기 기간 크게 증가했다. 2018년 51건이던 정신건강의학과 진료 건수는 2021년 162건으로 세 배 이상 늘었다. 2022년에는 111건, 2023년에는 올해 9월까지 122건의 정신과 연계 치료가 이뤄졌다.

전문가들은 가정 밖 청소년들이 온라인을 통해 범죄에 노출되는 일이 빈번해진 영향도 있다고 했다. 2009년부터 시설에 거주하는 청소년들을 진료해온 배승민 길병원 소아정신과 교수는 “경계성 성격장애는 트라우마와 연관성이 매우 높다”며 “최근 들어서는 가정 밖 아이들이 사기 등 온라인을 통한 각종 범죄에 취약해졌는데, 이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영향일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제가 진료한 아이들의 거의 절반 가량이 이런 피해를 호소했다”고 덧붙였다.

 가정 밖 청소년들의 심리 건강에 적색불이 들어온 지 오래지만, 그들의 정신 건강을 책임지는 시설은 여전히 부족하다. 상담과 치료가 전문적으로 이뤄지는 ‘디딤센터’가 있지만 현재 운영 중인 곳은 2012년에 개소한 경기도 용인의 국립중앙청소년디딤센터와 2021년 개소한 국립대구청소년 디딤센터, 단 두 곳 뿐이다. 박 소장은 “시설 자체가 적어 디딤센터와 멀리 떨어진 아이들은 사실상 이용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28일 서울 종로구 아름다운재단 사무실에서 국민통합위 자립준비청년 청년정책지원단 활동가 신선씨와 손자영씨가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예슬 기자28일 서울 종로구 아름다운재단 사무실에서 국민통합위 자립준비청년 청년정책지원단 활동가 신선씨와 손자영씨가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예슬 기자

 

결국 의료 및 정신건강 전문가가 아닌 쉼터, 보육원 직원들이 청소년들의 정신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상황이다. 신씨는 “보육원 양육자는 생활지도를 하는 사람이지 상담 전문가는 아니다”라며 “그런데 제가 보육원에 있을 때도 양육자 선생님이 사실상 상담사 역할을 했다”고 했다.

최근에는 양육시설에 심리상담사를 배치하거나 의료기관과 연계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신씨는 “규모가 작은 시설이나 가정 위탁, 그룹홈은 전문 인력 배치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했다. 19년간 보육원 생활을 한 활동가 손자영씨(27)는 “보육원은 지역이 어디인지, 원장 선생님이 어떻냐에 따라 달라지는 부분이 많다“면서 ”대체적으로 의료지원 연계가 부족한 곳이 많다“고 했다.

아이들을 지속적으로 돌볼 수 있는 의료전문 인력과 시설 확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 교수는 “시설에서 선생님들이 사명감만으로 아이들을 돌보다보니 힘들어 이직하는 경우도 많더라”면서 “이런 경우 아이들은 버림받는다는 생각에 2차 트라우마도 생길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몇명의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케어하게 두는 게 아니라, 국가나 지역 사회의 체계적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쉼터 관계자 A씨도 “디딤센터같은 전문 시설도 늘어나야 하지만, 그냥 아이들을 모아 두는 것을 넘어 충분한 의료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했다.

출처 :  쉼터·보육원에 ‘경계성 인격장애’ 청소년이 늘고 있다…정신 건강 위험 노출된 ‘가정 밖 청소년’들 - 경향신문 (kh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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