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시급 받던 장애인 가족이 공동대표가 됐습니다”

작업자가 가치만드소 광주지역센터 내부 식물재배실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가치만드소 광주센터 제공)

“발달장애인이 취직할 수 있는 곳이 많지가 않거든요. 동생이 전에는 요양병원에서 최저시급을 받으면서 매일 힘든 일을 해왔습니다. 가치만드소에서 자신과 비슷한 친구들과 같이 일하면서 적극적으로 즐겁게 농사일을 배우고 있어요.”

발달장애를 가진 동생과 함께 스마트팜 사업을 운영하는 임정현 공동대표는 오전 농사일을 끝내고 가뿐 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는 처음에는 생소했던 스마트팜 운영이 이제는 능숙해졌다며 납품처를 늘려갈 때마다 성취감을 느낀다고 했다.

가치만드소 광주지역센터 내부 식물재배실 ⓒ News1

26일 오전 광주광역시 광산구 하남동에 있는 발달장애인특화사업장 가치만드소를 찾았다. 센터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스마트팜 내부에서는 샐러드야채인 ‘프릴아이스’ 수확 작업이 한창이었다. 5~7명의 직원들이 작업복과 작업모를 착용하고 분주히 일했다. 수확된 프릴아이스가 쌓여 3~4개의 박스를 가득 채웠다.

가치만드소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운영하는 발달장애인특화사업장이다. 2020년부터 발달장애인특화사업장 구축·운영 사업을 통해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경제적 자립을 위해 창업 교육 및 운영 노하우와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가치만드소 광주지역센터 내부 식물재배실에서 작업자가 식물을 살피고 있다. ⓒ News1

광주지역센터인 이곳은 가치만드소 1호점으로 발달장애인들 가족창업 특화사업장이다. 지난해 9월14일 개소했다. 이들은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공동창업을 지원하기 위해 도시형 스마트팜 기술을 전수하고 있다. 발달장애인과 가족에 △창업기초교육 △창업기술교육 △심리상담 △창업멘토링 등을 실시한다.

가치만드소 광주지역센터 내부 식물재배실에서 설치된 스마트팜 환경제어 시스템. ⓒ News1

건물은 2개층으로 돼 있다. 1층에는 식물재배실(165㎡)과 행정지원실이 있고, 2층에는 1층과 같은 규모의 식물재배실과 창업보육실, 회의실이 있다.

임정현 대표가 가치만드소 광주지역센터 내부 식물재배실에서 상태를 살피고 있다. ⓒ News1 

임정현 대표는 센터에 가치만드소에 입소하고 처음으로 농사일을 해봤다. 발달장애가 있는 동생은 재배, 파종, 이식, 등 생산관리를 도맡아 하고 임정현 대표는 시설관리와 판매 등을 담당한다.

임 대표는 “파종이 무엇인지, 종자는 또 무엇인지 아무것도 모르고 들어왔다”며 “입소해서 3월까지는 꼬박 재배하는 법을 배웠다. 스마트팜이 생소해 걱정도 했었지만 동생과 함께 잘해 나가고 있다. 농사일은 아주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입주기업들과 함께 협동조합을 설립해 공동으로 생산·판매를 하고 있다. 가치여울협동조합의 월매출은 1000만원에 육박한다. ‘가치여울협동조합’은 가치만드소 광주지역센터 입주기업(4개)로 구성된 협동조합으로 지난해 11월 발족했다. 현재 농협로컬푸드직매장(5개소)와 깁식소에 엽채류(프릴아이스 등)를 납품하고 있다. 최근에는 스마트팜 관람 등으로 구성된 ‘직업체험 학습’ 상품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임 대표는 “플랜트팜에서 프릴아이스를 도매로 떼가고 있고 올해 1월부터는 스마트팜에서 체험학습도 진행하고 있다”며 “7월부터는 농협로컬푸드직매장에도 납품을 하고 있다. 센터에서 판로 지원 부분을 많이 도와주다 보니까 영업 부분에서도 도움을 많이 받는다”고 했다.

임 대표는 다른 무엇보다도 동생이 동료들과 즐겁게 일할 수 있다는 게 가장 만족스럽다. 그는 “동생이 요양병원에서 일을 했었다. 정규직이기는 했지만 최저시급을 받았고 업무 환경도 좋지 못했다”며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동생과) 소통하려는 동료들도 없었고 일도 반복적이고 고된 일이 주를 이뤘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기 와서는 동생이 열심히 하려고 하고 일을 하면서 보람을 느낀다”며 “좋은 환경에서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고 비슷한 친구들과 모여서 독립적으로 각자의 역할을 수행한다는 부분이 특히 만족스럽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입주한 박혜숙씨 역시 “아이를 사회적 규범에 끼워 맞추지 말고 자연이나 농촌으로 데리고가면 어떨까 생각을 하다 스마트팜이 눈에 들어왔다”며 “(센터에서) 기초교육, 창업교육을 받으니 ‘이렇게 하면 되는구나’하고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경제적으로 독립도 하고 싶다”고 전했다.

입주기업들의 공동적인 목표는 발달장애를 가진 가족이 창업으로 경제적 자립을 이뤄내도록 돕는 것이다. 가치만드소는 스마트팜 농업뿐아니라 과정을 통해 생산된 제품의 판매, 공공판로, 농협·임협 공판장 입점 등의 판로 지원도 돕는다.

센터도 입소자들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한다. 광주지역센터는 특히 발달장애인의 사회참여 확대를 도모하기 위해 직업훈련 인프라 확충에도 나서고 있다. 현재 가치만드소 상품화 지원을 위해 ‘가치드소 샐러드 도시락’ 개발 작업도 한창이다.

서승호 가치만드소 광주지역센터장은 “1년간 센터를 운영한 결과, 실질적인 기업(협동조합)의 형태로 운영하는 단계까지 왔고,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이 이를 통해 근로소득을 얻고 있다”며 “입주기업의 중장기 발전을 위해 상품개발과 판로개척을 지원하고 발달장애인 일자리 창출에도 힘을 쓸 예정”이라고 했다.

그는 “센터를 운영하면서 발달장애인들의 노동자, 근로자로서의 가치를 확인했다. 이들을 잘 훈련만 한다면 충분히 사회 구성원으로서 일을 할 수 있다”며 “발달장애인들의 창업을 지원하는 센터로 시작했지만 직업훈련 인프라를 확충해 취·창업을 지원하는 센터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

출처 :  “최저시급 받던 장애인 가족이 공동대표가 됐습니다”｜동아일보 (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