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휠체어 타고 가다 보행자 충돌…검찰은 왜 최고형 구형했나

작성자 정보

  • 작성자 용인시지회
  • 작성일

컨텐츠 정보

본문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107㎏ 중량의 피고인이 전동휠체어를 타고 가는 중이었으므로 다른 보행인의 안전에 더욱 주의했어야 한다.”

 

횡단보도에서 보행자와 부딪치는 사고를 낸 전동휠체어를 탄 중증장애인을 과실치상 혐의로 재판에 넘기면서 검찰은 공소장에 이렇게 적었다. 크고 무거운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타인과 부딪치면 상대방이 더 크게 다칠 수 있기 때문에 주의의무 위반 정도가 크다는 논리다. 이런 이유로 검찰은 해당 장애인에게 과실치상의 최고 형량인 벌금 500만원을 구형했다. 장애인단체는 “장애인에게 휠체어는 신체 일부나 다름 없는데, 이례적으로 검찰 구형이 과도하다”고 반발했다.

 

 18일 변호인과 장애인단체가 법원에 제출한 의견서와 검찰 공소장을 종합하면, 2021년 10월 파킨슨병이 있는 장애인 김아무개(68)씨는 전동휠체어를 타고 경기 군포시의 한 횡단보도를 건너다 70대 보행자와 부딪쳤다. 이 사고로 보행자는 왼쪽 발목을 다쳐 전치 9주의 상해 진단을 받았다. 김씨는 합의금 등 견해 차이로 피해자와 합의하지 못했고, 과실치상 혐의로 형사재판을 받게 됐다.

 문제는 검찰의 구형량이었다. 과실로 사람을 다치게 했을 때 적용되는 형법상 과실치상은 500만원 이하의 벌금 등에 처할 수 있는데, 검찰은 김씨에게 벌금 상한인 500만원을 구형했다.

 김씨 쪽 변호인은 도로교통법상 전동휠체어를 탄 장애인은 일반 보행자와 지위가 똑같다는 점을 들어 검찰의 구형 수준을 비판했다. 차 대 사람의 사고인 경우 운전자에게 더 큰 주의의무를 부과하지만, 전동휠체어와 보행자가 부딪치면 보행자끼리 사고로 보고 휠체어 장애인에게 더 큰 주의의무를 따지지 않는 게 일반적이란 주장이다. 그러나 검찰은 이번 사안에서 “107㎏ 중량의 피고인이 전동휠체어를 타고 가는 중이었으므로 다른 보행인의 안전에 더욱 주의했어야 한다”며 주의의무를 다르게 판단했다. 권형둔 공주대 교수(법학)는 “보행자 간 충돌이라고 해도 중량으로 주의의무를 더 강하게 부여한다는 것은 처음 들어본다. 휠체어는 장애인 신체의 일부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장애 감수성이 떨어지는 구형같다”고 말했다.

 김씨 쪽은 갑작스레 방향을 전환하지 않고 ‘일직선 주행’을 했기 때문에 과실 수준이 낮다고도 주장했다. 김씨는 사고 횡단보도에서 시간당 2~3㎞의 전동휠체어 최저 속도(1단)로 ‘일직선’으로 주행하고 있었다고 한다. 일반 보행자가 걷는 속도는 시속 4~5㎞ 수준이다. 앞서 지난해 8월 광주지법은 장애인 ㄱ씨가 왼쪽으로 조향 장치를 꺾어 보행자에게 6주 상해를 입힌 사건에 대해 벌금 150만원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바 있다. 비슷한 판례에선 보행 도중 방향을 꺾은 점을 주로 주의의무 위반의 주요 근거로 사용하지만, 검찰 공소장엔 김씨가 보행 중에 조향을 꺾었다는 내용은 없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는 의견서에서 “우리가 접수한 사례를 보면 (휠체어 사고는) 장애특성을 고려해 처벌을 하지 않거나 하더라도 30만원 이하의 약식기소가 결정된다”며 “(이번 구형은) 휠체어 없이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장애인들에게 일상의 중단을 가져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사고 이후 김씨는 전동휠체어를 타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수원지검 안양지청 관계자는 “피해자의 상해가 크고 (피고인이) 피해자와 합의하지 못했다는 점이 (구형량에) 고려됐다”며 “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법원은 19일 선고할 예정이었으나, 전날 검찰 요청으로 다음달 23일로 선고 기일을 미뤘다.

출처 :  휠체어 타고 가다 보행자 충돌…검찰은 왜 최고형 구형했나 : 사회일반 : 사회 : 뉴스 : 한겨레 (hani.co.kr)

관련자료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장애뉴스 무장애여행    인식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