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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효력의 사각지대가 사라져야 장애인 학대가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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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용인시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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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 앞에서 ‘20대 장애인의 죽음! 장애인학대 범죄 엄중처벌하라!!’ 피켓을 들고 있는 모습.ⓒ에이블뉴스DB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20대 장애인의 죽음! 장애인학대 범죄 엄중처벌하라!!’ 피켓을 들고 있는 모습.ⓒ에이블뉴스DB


 지난해 11월 서울 영등포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가해자는 33세의 중증 발달장애인 김 모씨이고, 피해자는 80대 노인 모델 건물주 유 모씨였다. 모텔 사장(44세, 조 모씨)이 장애인의 경제적 착취와 강제노동을 시키면서 가스라이팅을 하여 모텔 옥상에서 살인까지 교사한 사건이다.

가해자 장애인은 쉼터를 전전하다가 모텔 사장을 만나게 되었다. 사장이 처음부터 장애인을 이용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물색을 하였는지, 아니면 장애인을 만나면서 이용하려는 흑심을 가지게 되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경찰은 이를 밝히지 않은 채 검찰로 송치하여 오는 16일부터 재판이 열리게 되었다.

하지만 이는 매우 중요하다. 장애인 학대에 대하여 계획적인 범죄였는지, 그렇지 않은 학대였는지는 형량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모텔 사장은 장애인을 고용하여 주차장 관리 일을 시켰다. 처음부터 임금을 줄 의도는 전혀 없어 보인다. 3년이 지나도록 장애인 학대는 아무도 알지 못했고, 그래서 살인사건도 예방할 기회를 놓친 것이다.

3년 4개월 동안 임금은 전혀 지급되지 않았고, 오히려 국가로부터 받은 기초생활수급비와 장애인연금을 착취했다. 급여액 80만원 중 60에서 70만원을 빼앗았다. 전액을 빼앗지 않은 것은 조금의 용돈을 남겨두어야 장애인이 버틸 수 있기 때문이다.

수급비를 받도록 하여 착취를 해야 하니, 임금 지불을 하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 소득이 발생하면 수급자 대상에서 탈락을 했을 것이다. 이런 마음을 가진 사장이라면 하루 8시간의 근로기준법은 당연히 지키지 않았을 것이 짐작된다. 잠을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거의 하루 일과 전부를 주차장 관리를 하도록 일을 시켰을 것으로 보인다. 이 또한 근로기준법 위반이다. 장애인은 끔찍한 노예생활을 한 것이다.

수급비를 착취한 금액은 월 70만원을 3년 4개월로 계산하면, 2천 8백 만원이 된다. 그리고 임금 채불액을 계산해 보면 최저임금 최소 200만원에 3년 동안이므로 7천 2백만원 이상이 된다. 이를 합산하면 경제적 착취는 1억원에 이른다. 임금을 3년으로 계산한 것은 민사재판이나 노동청에서 법적으로 인정하는 시효가 3년이기 때문이다. 단순 임금 체불이 아닌 착취의 경우에는 시효 기간을 없애야 한다.

과거 양봉노예사건에서 장애인 부모와 사장은 월 10만원을 받기로 하고, 장애인에게 일을 시키면서 헛간에서 잠을 자게 하고, 힘든 노동을 강제로 시켰으며, 개밥그릇에 담긴 찬밥을 먹게 했는데, 노동청과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조사를 한 뒤, 3년의 시효를 감안하여 월 10만원씩 계산한 360만원을 지급하라고 한 적이 있다. 장애인은 근로기준법상의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아도 되는 판단을 한 것이다. 결국 10년이 넘는 강제노등을 하고도 법무부의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의 지적에 의해 3년 간의 최저임금은 보상받게 되었다.

영등포 모텔 장애인 살인사건의 경우 착취 금액을 1억원으로 계산한 것은 퇴직금이나 각종 수당은 전혀 고려도 하지 않은 금액이다.

모텔 사장은 장애인을 고용하면서 ‘내가 아빠이고 형님이니 나만 믿으라’라고 했다. 무연고자 장애인을 찾아 입양 가족으로 등기를 하여 착취를 한 사건이나 미인가 시설에서 장애인의 수급비를 착취할 때 항상 사용하였던 수법이다.

모텔 사장은 모텔이 있는 지역이 재개발로 문을 닫게 되자, 보상금 중 일부를 실내 인테리어와 이사비용 등의 명목으로 달라고 요구하는 과정에서 갈등을 겪자, 앙심을 품고 김 모씨에게 살인을 교사한 것이다.

살인 교사는 단순히 청부를 하는 수준이 아니었다. 복면을 구입하는 것과 흉기를 마련하는 것, CCTV 카메라 방향을 돌려놓는 것, 건물주 유 씨의 이동 동선 등을 상세히 알려주고, 살인 후 도피를 시켰다. 매우 상세한 범행 방법을 가르쳐 주고, 적극적으로 범행을 지휘했다.

그리고 김 씨가 범행 동기를 갖도록 하기 위해 건물주가 사라지면 건물이 우리 것이 된다고 설득했다. 이 정도의 설득으로 범행을 저지르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 급여를 지급하지 않으면서도 3년이 넘도록 일을 시킨 것은 감언이설로 달래거나 협박이 동원될 수밖에 없었을 것은 당연하다. 오랜 기간 가스라이팅을 통해 장애인의 통제권을 장악한 것이다. 이 정도의 상황을 비추어 보면, 평소 각종 폭력을 장애인에게 가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장애인이 범행을 하면 감형이 적용되기도 하고, 특히 심신상실이나 심신미약의 경우에는 처벌을 피하기도 한다. 조 씨는 이러한 사정도 잘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장애인이 우발적으로 범행을 했다고 수사기관에 이야기한 것을 보면, 장애인에게 사주하여 자신의 범행을 숨기고, 쉽게 면죄부를 받을 것으로 계획을 세웠던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굳이 자신은 아무것도 모른다고 하면 될 것이지, 장애인이 우발적으로 흉기로 찔렀다고 진술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장애인의 학대는 아무리 정부가 노력을 해도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대형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전수조사를 하니, 인권보호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발표를 하지만 구멍 난 사각지대는 메워지지 않는다. 처벌을 강화하고, 권리옹호기관을 늘리는 것으로 절대 장애인 학대는 예방될 수 없다.

이번 사건에서도 장애인의 인권을 보호하는 기관이나 단체들의 적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행동은 하지 않았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직권조사를 할 수도 있으나, 사법 당국의 조사가 진행되는 과정에는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만 고수하였고, 그동안 이루어진 학대의 의혹들을 철저히 파헤치기 위한 수사를 촉구하는 성명서도 없었다.

가장 근본적인 방법은 상시 또는 정기 모니터링을 위한 장애인 개인별 사례관리 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어느 지역에 장애인이 일하고 있다고 하면 인권침해 문제가 없는지 나서서 체크하고, 지속적 관리를 해야 한다. 신고가 있거나 큰 사건으로 언론에 보도된 후 조사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장애인연금이나 수급자 대상 장애인의 착취를 예방하기 위한 상담은 대상이 정해져 있으니 얼마든지 가능하다.

특히 장애인시설에 있었던 장애인이나, 노동착취가 있을 가능성이 있는 소규모 사업장, 장애인 학대의 전과가 있는 사람이 다시 장애인과 접촉을 하는지, 거리를 방황하는 장애인을 지역별로 파악하고, 학대를 받은 경험을 가진 장애인과 더불어 지속적으로 또 다른 위험상황에 처해 있지는 않은지 찾아가는 모니터링이 이루어져야 한다. 주로 착취가 일어나는 업종이나 형태를 감안하여 감시망을 갖추어야 한다. 그리고 형식적인 조사가 아닌 심층상담을 정기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장애인의 학대에 대한 조사는 거주시설과 재가 장애인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는 있다. 하지만 대부분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조사자에 이름만 적고 조사 중간에 포기해 버리거나, 가족이나 기타 시설종사자 등과 보호자의 조사 방식의 거부감과 반발로 인하여 형식적인 조사로 시간만 낭비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이 현실이다.

다음으로 장애인의 진술을 돕고, 제대로 된 진실을 밝힐 수 있도록 적극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 대부분의 진술조력인은 장애인 임상이나 상담 경력자보다는 아동상담 경력자들로 구성되어 있어 지원 방법조차 적절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조력인은 재판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의견을 밝히지 못하게 되어 있다. 그러니 회의록처럼 상담기록지에 신상정보를 넣어 보고서를 제출하는 것으로 끝이 난다. 발달장애인의 진술이 일관성이 없거나 의사소통의 어려움으로 구체성이 부족하거나, 집중력이 부족하여 장시간의 진술을 할 수 없어 장애인의 피해 진술이 증거로 채택되기가 쉽지 않으므로 조력인이나 관련 단체의 의견 개진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도록 하여야 한다.

최근 대법원은 당사자 간의 대화 내용을 녹음하는 것이 아닌, 가족의 허가받지 않은 녹음 등은 증거의 능력이 없다고 해석한 바 있다. 장애인이 직접 녹음을 하거나, 정황을 진술할 수 없으니 가족은 학대에 대한 의혹만 가지고 이를 증명할 방법이 아예 사라져 버린 것이다.

법의 해석을 하는 입장에서는 공식이 있겠으나, 그로 인해 가해자만 이익을 취하고 피해자는 구제할 방법이 없도록 되어 버리는 경우를 법이 오히려 도와준다면 장애인 인권은 사각지대만 넓어질 것이다. 시설이나 학교 등 장애인만 누군가를 만나는 공간에서는 가해자 천국이 될 것도 법은 해결하여야 한다.

가해자 권리를 보장함으로써 피해자를 구제하지 못한다면 그 법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가족인 제삼자의 녹음이 효력이 없다면 권익옹호기관이나 조사기관에 의뢰하여 하는 증거는 인정하는 등의 조치라도 있어야 장애인은 숨을 쉴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수사기관이 수사를 하기 전에 전문기관에서 조사와 상담 등 증거를 채집할 기회를 주어 수사에 반영하는 과정이라도 만들어 수사 매뉴얼에 담아야 할 것이다.

살인사건에서 장애인 가해자와 교사자를 처벌하는 재판 외에 별건으로 장애인 학대에 대한 범법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한 수사도 조속히 이루어져야 한다. 장애인을 가해자로 보는 시각 외에 가스라이팅으로 피폐해진 피해자의 모습도 볼 수 있어야 한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출처 : 에이블뉴스(https://www.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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